공감 - 공유 운동, 앞으로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공유 운동, 앞으로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글 닐 고렌플로(Neal Gorenflo) 옮김 정다예
2013년 7월 31일 새로운 공유운동단체 피어스(Peers)가 문을 여는 날에 맞춰, 공유운동의 성격을 재조망해 본다. 피어스는 공유운동 선구자격 단체로서 ‘셰어러블(Shareable)’이 지금까지 함께 짚어온 공유운동의 중요 요점 위에 세워지게 될 것이다. 피어스의 사명은 ‘공유가 우리 시대의 경제 활동을 정의하게 만드는 것’이다. 풀뿌리 캠페인을 통해 공유를 더 눈에 띄게 만들고, 공유하는 사람들의 수를 늘리고, 공유 활동을 합법화하는 방식으로 수행해나갈 것이다.
공유운동을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 여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공유는 우리에게 많은 힘을 준다. 타인과 서로 이로운 방법으로 연결되는 건 대단히 흥미롭고 충만한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 필요를 채워주기까지 한다. 어떤 운동이 이렇게 정신과 경제 영역에서 강력한 동력을 갖는 건 드문 일이다. 이런 사실을 빼 놓더라도, 우리는 당장 공유가 필요하다. 빈곤과 자원 고갈은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분명한 시련이다. 공유는 이 위기 극복을 위해 뼈대를 헤아리는 해결 방법이다.
주류 언론이 공유를 유행처럼 다루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의 가능성에 눈을 뜨고 있다.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15개 대도시들이 도시에서 공유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공유 도시 결의안’에 서명했다. 이 결의안은 이미 공유 도시를 시작한 샌프란시스코의 에드윈 리(Edwin Lee) 시장과 서울시 박원순 시장의 기획을 밑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 운동의 힘에 감사하며 가치를 더해가야 한다. 우리가 더해야 할 가치엔 무엇이 있는지, 또 어떻게 더할 것인지를 소개해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 속으로
피어스(Peers)의 이름에는 공유경제의 ‘이웃(Peer)’ 정신이 들어있다. 사람 관계라는 동력이 이 새롭고 자유로운 사회적 약속의 바탕이 된다. 이전에는 시민들을 국가나 초국적 기업 같은 상하관계 계층에 종속시켰다. 이러한 약속 아래 시민들은 복종, 노동, 납세를 대가로 계층의 보호를 받았다. 시민의 권리는 노조나 법원, 선거로 선출된 대표인 중간자를 통해 보호 받았다. 이 약속은 애초부터 힘 있는 자에게 유리했으나, 정작 오늘날 그 사람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힘 있는 자(주로 서양식 민주주의 국가의 거대한 기업들)는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자리인 중간자를 자기 뜻대로 선출하거나 힘을 빼앗았다. 이제 엘리트 계급은 자신들이 이미 가졌던 것보다도 마음대로 더 많은 부와 힘을 얻고 또 견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실은 이 글을 쓰는 나도, 읽고 있는 당신도, 수많은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결국 우리는 세계에서 전례 없는 사회적 불안을 목격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 늘 그래왔듯, 사람들은 살기 위해, 다시 서로를 향하고 있다. 오늘날 다른 것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조정 메커니즘이 개인들이 계층 대신 다른 개인들과 연결망을 이용해 창조하고, 공유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바탕으로 ‘피투피(P2P) 재단’이 10년 동안 연구한 ‘사람 관계’라는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적 약속이 탄생하고 있다. 계층 안에서 아웅다웅 순위를 다투는 대신, 개인들은 서로를 동등하게 마주하며, 간단하지만 상황을 혁신하는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함께 창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반대하지 않는, 지향하는 혁명
공유경제 웹진 ‘셰어러블’에 실린 기사와 사례들이 확실히 말하듯, 위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스스로가 주인인 ‘사람관계’ 사회다.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다. 공유자들은 계층을 바꾸기 위해 싸우기보다는 대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왜일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공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셰어러블 독자들은 창조하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프로그래머, 저널리스트, 건축가, 사업가, 아티스트, 디자이너, 교육자, 엔지니어, 변호사, 과학자, 커뮤니케이터 같은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싸우기보다 새롭게 만드는 것을 택한다. 새로 만드는 것이 변화를 위해 비용도 덜 들고, 쉽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공유자들은 새로운 도구와 기술, 운영 전략을 이용해 기존 기관을 활용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가 가장 좋은 예이다. 저작권법을 전면 개정하는 대신, 창작자가 자기 저작물을 공유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라이선스를 만들었다. 이는 법과 사회와 기술을 아우르는 품격 있는 해킹(hack)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좋은 예는 ‘오픈소스 생태계(Open Source Ecology, OSE)’이다. 이것은 현대 생활에 필요한 50가지 기계 도구 디자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다. 경제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기관들과 싸우는 대신, 시민들에게 자기 경제를 자기 손으로 만드는 대안 디아이와이(DIY) 도구상자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지난 몇 십 년 동안 그랬듯 앞으로도 공유, 생산, 협력의 도구가 계속해 값이 낮아짐에 따라 더욱 할 만한 일이 되어갈 것이다. 시민들은 생활의 많은 영역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공유운동에 이제까지 다른 저항운동에는 없었던 경제 동력을 더해준다. 공유는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내는 동안 우리를 지탱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로 수렴될 수 있다. ‘생산한다는 것’은 활기찬 일이다. 우리를 열정에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우리를 하나 되게 만든다. 생산된 무언가가 유산을 남긴다.
도시 사이 일어나는 시너지
메시(The Mesh)의 저자 리사 갠스키(Lisa Gansky)는 “도시는 공유하기 위한 플랫폼이다.”라고 했다. 공공 인프라와 인구 밀집이 도시를 공유하기 적합한 곳으로 만든다. 이는 휴대전화 보편화와 급격한 도시화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리가 도시화된,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는 종이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은 휴대전화를 갖고 있으며 도시에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 이것은 사람, 장소, 재산이 현실에서 보다 달가운 방법으로 연결 되는, 전에 없는 기회를 활짝 열었다. 수많은 혁신이 일어났지만, 도시의 삶을 상하구조에서 사람관계 구조로 바꾸는 일은 이제 막 시작 되었다.
도시가 공유운동이 자라나기 가장 적합한 곳이란 이유는 또 있다. 예를 들어 도시는 정치 혁신의 온상이다. 환경과 금연운동단체가 국가 차원에서는 기업의 권력을 넘어설 수 없었을 때, 일부는 지역으로 가서 한 도시, 한 도시씩 성과를 만들어냈다. 세계를 보면 도시 단위 탄소억제 프로그램이나 금연법이 가장 높은 수준들을 자랑한다.
도시 정부도 ‘공유’를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예산의 감소와 늘어나는 서비스 필요성에 따라, 도시 정부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 이는 시민들을 시정에 최대한 많이 참여시키고, 기초 자치 단체와 협력하고, 세계 도시들과 자원과 모범 사례들을 공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1년, 셰어러블은 공유 사업자, 시 공무원, 비영리 대표들이 모인 ‘셰어에스에프(ShareSF)’와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공유를 위한 플랫폼으로 삼고, 증폭할 수 있는 공유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한 일이 있었다. 이 셰어에스에프는 뒤에 샌프란시스코 시장 에드윈 리(Ed Lee)가 만든 공유경제 활동단체, 셰어러블의 도시를 위한 공유 정책 지속가능 경제법 센터 15부작 시리즈, 그리고 지역 단위 공유경제 대변 그룹인 ‘베이셰어(BayShare)’ 설립의 초석이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런 활동은 한국의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를 세계에서 가장 공유가 잘 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공유 도시’ 계획을 개시하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 이 계획은 아시아를 포함해 세계 도시들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위셰어(OuiShare)’는 도시들을 따라 유럽 네트워크를 조직하기도 했다. 이 풀뿌리 네트워크는 유럽의 몇 개 시정부의 참여를 포함하고 있다. 이 사람들의 작업이 어떻게 될지 나 역시 몹시 궁금하다. 피어스는 세계 도시들에서 공유의 행동, 문화,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민간 차원 캠페인의 촉매 역할을 할 계획이다.
영향을 위한 협력
단체 하나가 단독으로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친환경이면서 생동감 있는 풀뿌리에서 출발하는 경제를 만들려면 여러 단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피어스는 애초부터 협력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피어스(Peers)를 이끄는 친구 나탈리 포스터(Natalie Foster)는 나와 최근 했던 협력 도모 회의를 이런 단순한 질문과 함께 시작했다. “피어스가 셰어러블이 성공하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이것이 바로 올바른 자세이며, 우리는 여기서 더 발전해나가야 한다. 공유 그룹들은 단체 사이 협력, 그리고 다른 운동과 협력을 심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유단체들은 이미 임시 형태로는 협력하고 있으나, 집단으로 기획하고 있지는 않다. 이 운동은 다중의 이해관계자 네트워크가 공통 목표를 발전시키고 집중하게 할 것이다. 나는 지난 가을 ‘더 커져야 할 때: 공유경제를 위한 비전’에서 공유운동 협력체에 대한 비전을 내놓은 바 있다.
협력은 변화의 모습이다. 많은 재단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네트워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늘리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 중서부에 있는 리 에이엠피(RE-AMP) 네트워크는 해당 지역 온실가스 배출을 놀라운 폭으로 줄이는 목표를 가지고 몇 년 동안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탄생한 연합이다. 이 네트워크 이전에 100개가 넘는 비영리단체들이 같은 문제에 각자가 재단들과 독자 관계를 가지며 매달려왔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가 탄생한 뒤 비영리단체와 재단들은 네 가지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일하게 되었고, 지금은 눈에 띠는 진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만들려면 많은 기술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실제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진짜 사회가 변화하려면 새로운 사회 구조가 필요하다. 새로운 도구, 기술, 과정들은 단체들이 변화를 위한 새로운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며 셰어러블은 다른 비영리단체 다섯 곳(새로운 미국의 꿈을 위한 센터, 신경제연구소, BALLE(지역 경제 연합회), 포스트탄소연구소와 트랜지션미국)과 함께 미국의 지역 경제 민주화를 목표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최근 리 에이엠피에 기금을 준 가필드 재단에 자금 지원을 제안했다. 중요한 점은 처음엔 비영리단체 여섯 군데와 뭉쳤지만 나중에는 점차 더 많은 단체와 함께 할 요량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기금을 받거나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앞으로 협력하자는 것에 뜻을 모았다.
공유운동은 비슷한 목표를 가진 다른 운동들과 협력해서 한 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환경운동과 빈곤퇴치운동이 지금 당장 동맹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이것저것 다 떠나서, 협력 말고 공유운동이 해야 할 것에 또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이는 ‘유(U) 이론’의 오토 샤머가 말하듯, 공유된 리더십을 실행해보고, 다가올 미래를 협력으로 이끌 가장 좋은 기회다.
구조의 변화
나는 공유운동이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문제인 빈곤과 기후 변화의 뿌리를 직시할 수 있다고 본다. 차공유인 카셰어링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 2010년 유씨 버클리 대학 연구에 따르면 공유된 차 한 대가 개인 소유 차량 13대를 대체한다고 한다. 또한 신규 이용자 가운데 50퍼센트가 이전에는 차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는 도시에서 차 소유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면, 차 1만5천 대마다 해마다 1억 2천 7백만 달러가 지역 경제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보통 자기 차에 투자하는 80퍼센트의 금액이 지역 경제가 아닌 외부로 빠져나간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차 소유를 절반가량인 25만 대로 줄였더니 해마다 빠져나가던 20억 달러가 지역 경제로 흡수되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자원의 소비를 가파르게 줄이면서 같은 자원에 대한 접근성은 늘리고, 지역 경제까지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은 없었다. 이것이 공유의 마법이다. 우리는 공유 가능성을 해결법으로 깨닫고, 우리 공동체에서 개개인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기회에 집중하고, 이 기회를 둘러싼 네트워크를 동원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생존, 여기에 달려있을지도
자, 그래서 공유운동의 다음은 무엇이 될까? 지금 우리 결정을 기다리는 과제이다. 사람관계 문화와 기술의 출현과 함께, 이제까지 이토록 우리 운명이 우리 손에 달린 적은 없었다. 여기에 바탕을 두고, 여러분께 공유운동의 기존 강점과 더 발전시킬 점들을 말씀 드린다면 다음과 같다.
* 무엇을 하든 사람 관계를 그 중심에 두자. 우리는 사람 관계를 통해, ‘서로’라는, 인류 사회에 가장 중요한 것을 생산해 낸다. 관계에 힘을 북돋우고 사람들의 최선을 이끌어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대안 생산, 대소비, 민관협치 기관을 만들자. 우리는 사람 관계 세상에서 서로를 지원하면서 삶을 위협하는 과거 방식의 계층 사회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 지역 단위에 집중하자. 아직 변화가 가능하고, 공유 혁신이 일상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단위는 지역이다.
* 효과 있는 다중 이해관계자와 사회운동들 사이 협력을 만들자. 보다 빠르고 큰 규모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 최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일하자. 지금 공유운동 그 너머 운동과 일반 대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당신은 여기에 무엇을 더 추가하고 싶은가?
***
닐 고렌플러(Neal-Gorenflo)는 세계 공유운동 웹진이자 비영리단체인 셰어러블(Shareable)의 공동설립자이자 출판인이다.
정다예 님은 디지털콘텐츠 공유로 열린 인터넷을 추구하는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 Korea(http://cckorea.org) 활동가로 폭넓은 공유문화를 다루는 공유허브 프로젝트에서 해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 이 글은 <작은것이 아름답다>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를 통해 글쓴이인 닐 고렌플러의 허락을 얻어 우리말로 옮겨 2013년 9월호에 실은 내용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저작자표시로 공개되어 비영리 목적에서 출처와 저작자를 밝히고, 변형을 가하지 않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 인용, 다른 미디어에 재이용이 가능합니다.
-------------------------------------------------------------------------------------------------------------출처 : 작은것이 아름답다